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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회고록

Sechack 2023. 1. 2.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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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새로운 것들을 정말 많이 경험하고 소중한 인연들이 많이 생긴 해이다. 일단 선린인터넷고등학교로 등하교를 하게 되면서 지하철을 일상적으로 타게 되었다. 중학교때도 얼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1시간 반씩 지하철을 타면서 등교를 해보니까 처음에는 새로웠고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1학기때는 3시간 자면서 평일을 보내도 멀쩡했었는데 요즘에는 힘들다. 또 부평역에서 환승할때 역에서 어묵을 파는곳이 있는데 집에 갈때 가끔씩 땡기는 날에 어묵 10개정도 먹는것도 인생의 작은 낙중에 하나이다.

 

 

학교생활

 

확실히 분위기가 자유로워서 중학교때보다 훨씬 재밌다. 선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 학교 분위기 자체가 자유로운 것도 있지만 학생에게 공부만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가 제일 좋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오면서 지갑 사정도 비교적 널널해져서 학교 주변의 음식점들도 많이 갔고 인스타 맛집도 가보고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 요즘엔 마라탕에 빠져서 마라탕만 먹고 있다. 치명적인 단점 하나는 집이 멀어서 일찍 일어나야 되니까 몸이 엄청 피곤하다. 평일동안은 피곤에 찌들어 사는듯 싶다.

 

처음 입학할때만 해도 이 학교에 가서 내신도 최상위권 찍고 해킹도 하던대로 꾸준히 해서 대회성과나 다른 커리어들도 빵빵하게 챙기면서 생활하겠다고 다짐했었다. 학교 내신 공부보다 훨씬 더 공부량도 많고 기술적인 깊이도 깊은 컴퓨터 공부를 아무런 어려움 없이 소화해내고 있었기에 내신 공부도 각잡고 하면 잘할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한가지 망각하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일단 해킹이나 알고리즘 같은 컴퓨터 공부는 기본적으로 분석, 사고력, 창의력과 같이 머리를 굴려서 해답을 얻어내는게 대부분이다. 바꿔 말하면 암기할게 거의 없다. 하지만 내신 공부는 암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암기에 매우 약한 나는 많이 뒤쳐질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암기위주 공부는 재미가 없다. 무언가 열심히 분석하고 생각하고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결국에는 원하는 해답을 얻어내는건 성취감도 있고 재미도 있는데 단순히 용어나 유형을 암기하고 반복학습을 하는건 재미도 없고 하기도 싫다.

 

그리고 내가 내신을 버리고 해킹공부에 몰빵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KAIST에 특기자로 입학하신 학교 선배와 주변 몇몇 분들을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기자로 가신 분들도 대부분 내신을 버리고 해킹공부에 몰빵한 케이스였고 커리어만으로 특기자를 뚫는걸 보고 입시를 저런식으로 할수도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물론 KAIST를 얼마 뽑지도 않는 특기자 전형으로 들어가는게 경쟁률부터 요구되는 기술 수준까지 절대 쉬운게 아니지만 많은 얘기들을 들어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했을때 생각보다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확실한건 이제와서 발 돌려서 내신이나 수능으로 원하는 대학 가는것보단 할만한 것 같다.

 

올해 이 학교 와서 느낀건데 환경 자체는 진짜 해킹 실력 떡상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쪽 분야 공부하면서 중요한것중 하나가 막혔을때 편하게 물어볼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인데 재학중인 선배님들 뿐만 아니라 CTF하는 사람이면 한번쯤은 닉네임을 들어본 실력있고 유명하신 선배분들도 특강같은것도 오고 같은 학교 출신이니까 비교적 친해지기도 수월하고 중학교때처럼 물어볼 사람 없어서 디스코드에서 잘하는 사람한테 초면에 DM날려서 물어보는 것보다는 질문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진짜 이러한 부분이 선린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다.

 

 

동아리

 

동아리 수업은 대부분 아는 내용들이었지만 하드웨어 수업때 Pipelining, Speculation Execution, Branch Prediction등 흥미로운 내용들을 배웠다. 그리고 리버싱 수업때 vm문제를 푸는걸 했었다. 비록 디스어셈블 결과에 생으로 z3돌리면 풀리는 것들이었지만 그 수업 덕분에 리버싱 vm유형은 어떻게 접근하는지 알게 되었고 이걸 계기로 리버싱에 자신감도 붙어서 여러 리버싱 워게임 문제들도 풀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가장 큰 약점이 분석이고 포너블도 분석때문에 못푸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저 수업을 계기로 미루고 미루던 리버싱을 하게 되어서 지금은 분석에도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대회

 

딱 중학교때 예상했던 대로 성과가 나왔다. 그래도 CCE에서 매번 1등하던팀이 3등하고 우리팀이 2등한건 좀 의외의 결과였긴 하다. 중학교땐 코로나때문에 대회 본선이 대부분 온라인이었고 코드게이트도 안했었는데 이번에는 본선들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해서 좋았다. 대회 하나하나의 본선장은 추억으로 남는듯 하다. 물론 상받으면 10년이상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 깊게 남는다. 와콘에서 크게 깨지고 사이버가디언즈랑 핵챔도 좀 억울하게 본선도 못가고 해서 멘탈이 매우 많이 나가있던 상태로 CCE를 했었는데 이때 2등을 한 이후로 대회가 다시 잘풀리기 시작했다. CCE끝나고 잠깐 했던 JBU CTF에서 상 생각 안하고 했지만 장려상을 받게 되었는데 이게 총장상이었다 ㄷㄷ;;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화햇콘은 아쉽게 4등을 했지만 그 뒤로 HSpace CTF 고등부 PWN MVP, Layer7 CTF 고등부 1등(전체 2등), 2022 Christmas CTF 3등과 같이 막바지에 참여한 대회들에서 성과를 내서 기분이 좋았다. 비록 메이저 대회 수상은 CCE에서 그쳤지만 이정도면 나름 만족한다.

 

교내 대회로는 천하제일 코딩대회와 고등해커 페스티벌에 참가해서 각각 3등, 1등을 했다. 나는 살면서 알고리즘 공부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고 백준 문제도 개발하면서 생긴 구현 짬으로 푸는 사람이라 천하제일 코딩대회는 버스를 탔다. 저 대회 한 이후로 알고리즘을 잠깐동안 공부해서 백준 골드2정도 찍었고 지금은 기초정도는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고등해커 페스티벌은 뭐... 말할 필요도 없다. 난이도 자체도 혼자 나가도 1등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난이도였고 팀원이 3명이었는데 2명이 전부 리버싱 몰빵이라 나는 내 주분야인 포너블, 웹만 슥삭 하고 크립토에도 웰노운 하나 보이길래 딱 이것들만 슥삭 했는데도 압도적인 점수차이로 1등을 했다. 근데 리버싱도 하나 빼곤 내가 충분히 풀 수 있는 난이도였어서 혼자 뛰어도 빡겜하면 리버싱까지 혼자서 다 가져갈 수 있었을것 같다. 근데 이게 대회 시간이 5시간이였나 아무튼 엄청 적고 학교 강당에서 CTF했는데 와이파이 계속 끊겨서 익스 다짰는데 플래그를 못얻는 상태로 시간이 흐른것도 많아서 혼자 했으면 리버싱까지 가져가긴 어려웠을것 같다. 만약 대회시간이 10시간 이상이었으면 혼자서도 충분히 1등을 찍을 자신이 있다.

 

마지막으로 드림핵 CTF시즌 2가 시작되면서 열심히 참여했다. 드림핵으로 공부하던 초창기에 멋모르고 참여버튼 눌러놓고 한문제도 못푼적이 많아서 CTF랭킹은 나락이었어서 워겜이랑 회원랭킹이 랭커여도 드림핵 랭커라고 부르기에 살짝 양심에 찔리는 감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대부분 top10안에 들면서 CTF랭킹도 6위까지 끌어올렸다. 덕분에 드림핵의 3가지 랭킹 모두 랭커가 되었고 이제는 찔리는거 없이 진정한 드림핵 랭커가 되었다. 시즌 3에는 난이도별로 디비전 분리한다던데 그래프도 생기고 티어도 생기고 가면 갈수록 codeforces를 닮아가는 느낌이다. 경쟁을 좋아하는 나는 매우 환영하는 부분이다.

 

 

 

학교 처음 입학하고 나서는 많이 놀러다니고 먹으러다니고 했었는데 돈도 많이 깨지고 기빨려서 점점 빈도가 줄어들고 집에서 컴퓨터하는 시간이 다시 늘어났다. MBTI가 INFP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인것 같다. 나는 CTF할때가 가장 즐겁다. 남들이 보기에는 몇십시간씩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이상한 코드 보면서 분석하고 머리 쥐어짜서 고민하는게 뭐가 재밌냐고 할거같은데 어려운 문제를 집중해서 푸는 과정도 재미있어서 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무엇보다 풀었을때 쾌감이 엄청나다. 진짜 이 쾌감은 마약같아서 경험해본 사람만 안다. 그리고 CTF는 기본적으로 대회이다보니까 문제를 풀면 점수가 올라가고 순위가 올라가는 경쟁이다. 그래서 경쟁심과 승부욕이 강한 나는 문제를 풀었을때 쾌감도 엄청나지만 올라가는 내 순위를 보면서 또한번 쾌감을 느낀다. 또한 CTF를 하면서 문제에 집중하면 잡생각이 사라진다. 좀 나쁘게 말하면 현실 도피라고도 말할 수 있다. 온전히 문제에 집중하면서 고민하는 과정이 즐겁다. 아마 흥미 생기는 연구주제 하나 잡고 연구하거나 버그바운티 시작하기 전까지는 CTF가 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요즘에 우울감이 자주 느껴진다. 허무주의에 빠지면서 현타가 올때도 있다. 잔잔하거나 몽환적인 노래를 들으면서 나만의 감성을 느끼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컴퓨터를 너무 많이해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근데 해킹은 중학교때 미쳐 살았던 때보다 훨씬 설렁설렁 하고 있긴 하다. 아무튼 이 이유모를 우울감이 요즘 자주 튀어나와서 우울증으로 발전되는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근데 CTF만 하면 저런 감정들도 싹다 사라진다. 그냥 마약이다 ㅋㅋ;;

 

 

2023년 목표

 

팀전 국내 메이저 대회에서 대부분 1등을 차지하고 Codegate에서도 1등이나 2등을 차지하는게 나의 가장 큰 목표이다. 이제 04년생이 졸업해서 잘하는 사람 대부분이 많이 빠졌다. 고등학교 와서 해킹을 시작하고 성장하는 애들한테만 따라잡히지 않도록 나도 꾸준히 성장해나가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들이다.  BoB Top10도 해보고싶긴 한데 BoB를 하게 되면 CTF를 자주 못하게 될것 같아서 지원할지 말지 고민이 된다. 그리고 Super Guesser나 CodeRed와 같은 유명한 국제팀에 들어가서 CTF를 제대로 뛰어보고 싶기도 하다. 아직은 저런데 들어갈 실력이 안되니까 열심히 해야겠다. 그리고 요즘 몸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 운동도 해야된다 해야된다 하면서 계속 미뤄두고 있다. 2023년에는 대회 성과 잘 나오고 커리어 많이 쌓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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