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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회고록 본문
사실 2023년은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1년중에 체감상 가장 빠르게 지나간 1년이 아닐까 싶다. 분명히 무언갈 많이 했고 성과도 가장 많이 나오고 가장 힘들기도 했던 1년이었는데 너무 정신없이 살아서그런지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것도 없고 아무것도 안했는데 갑자기 1년이 지나간 느낌이 든다.
1월 ~ 7월
왠지는 모르겠지만 2023년도 초창기 기억이 없다. 갤러리를 뒤져보니까 1월달에 클라이밍 처음 접했을때 영상과 양꼬치 사진이 있는걸로 봐선 1월에 클라이밍을 처음 해봤었던것 같다. 그리고 인스타 클라이밍 계정의 첫 업로드 날짜를 보니까 제대로 시작한건 5월부터다. 아 그리고 1월에 잠깐 크립토를 열심히 공부했던 흔적이 보인다.
https://blog.sechack.kr/117 대충 요런 글들..
그리고 2월 한달동안 줄넘기 데스매치(https://blog.sechack.kr/118 요 글 참고)를 했었다. 아마 이때가 심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가장 자유로웠던 시절이 아닐까 싶다. 이때 체스에도 2달정도 빠졌어서 체닷기준 레이팅 1100까지 찍고 접었다. PS도 좀 공부했던 흔적이 있는데 2023년도 초창기에 뭐 이것저것 많이 했었던것같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5월부터 인스타 클라이밍 계정을 만들고 열심히 성장하는 모습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클라이밍에 빠져서 근육통이 너무 심하지만 않으면 학교끝나고 암장에서만 살았다. 1주일에 3번 이상은 꾸준히 다녔었던것 같다. 처음할때랑 비교해서 실력도 꽤 좋아졌고 클라이밍만 했는데 풀업 개수가 늘어있는 마법도 볼 수 있었다. 이때는 컴퓨터도 거의 안하고 운동에 미쳐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가 하나 더 있었다.
지금 소속되어 있는 CTF팀인 cat :flag_kr: (캣플코라 부른다)이 만들어진 계기다. 저 디코방은 4명이 있는 그냥 친목방이고 거기서 위 사진과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진 팀이다. 그런데 점점 주변 고수들 들어오면서 규모 불어나고 몇번 같이 뛰어봤는데 성과도 웬만한 메이저 팀정도로 엄청 잘나오고 여러모로 메리트 있는 팀이 되었다. 유명하고 규모있는 CTF팀에 합류해서 같이 CTF를 뛰는게 해보고싶던 것 중 하나였는데 캣플코에 합류하게 됨으로써 그걸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던 팀이었던 H4C는 중복 팀 방지 룰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되었다.
7월 ~ 12월
재미나게 이것저것 즐기던 내가 BoB 12기에 최종합격하게 되었다. 7월부터 교육 시작이었는데 가산에 있는 센터에 거의 매일 가서 들어야 하는 교육 + 계속해서 쏟아지는 과제때문에 클라이밍 할시간도 사라지고 캣플코에서 CTF뛰는것도 파트타임으로 참여할수밖에 없었다. BoB에 합격한건 좋은 일이지만 클라이밍과 캣플코에서의 CTF를 포기하는건 너무 아쉽다고 생각했다. BoB가 끝나면 캣플코에서 CTF도 열심히 뛰고 클라이밍도 다시 복귀해서 열심히 할것이다.
사실 BoB를 시작한 이후로는 BoB에 대한 기억밖에 없다. 당연히 학교는 BoB때문에 빠지는 날이 많았고 신경도 오로지 BoB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BoB에서 주는 과제가 살인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서 긴장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빡세진 않았다. 센터에서 밤새면서 다른 사람들이랑 노는것도 재밌었고 과제 클리어하는것도 기억이 미화되어서 그런지 재밌었던것 같다. 하지만 과제때문에 CTF, 클라이밍 등 원래 즐겨오던 요소들이 억제되고 반강제적으로 구속되는 느낌? 이거는 확실히 스트레스긴 했다. 하지만 처음 들어올때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만큼 각오도 되어있었고 예상 범위 안쪽이었어서 무난하게 트랙교육까지 과제 올클리어로(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과제 하나 빼고) 마무리 했다.
트랙교육이 끝나고 열심히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는데 사실 진짜 힘든건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바로 3개월동안 팀을 짜서 하는 프로젝트라는게 있었던 것이다. BoB들어오기 전에 주변에서 다들 과제에서 나가떨어지는 얘기만 해주고 프로젝트 관련해서는 힘들다는 얘기를 들어본적도 없고 겉으로 보기에 오히려 친목 많이하면서 즐기는 느낌이 커보여서 별로 안힘들고 할거 다 하면서 하루 두세시간씩 가볍게 투자하는 느낌인줄 알았다. 그래서 처음에 사무실 알아볼때도 굳이 사무실까지? 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10시 출근 22시 퇴근이라는 사무실 출퇴근 룰이 생기고 나서부터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걸 느꼈다. 물론 나는 학교때문에 학교 -> 사무실 패턴이었다.
9월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초창기에는 Windows Kernel이라는 태어나서 처음 접해보는 분야를 1-day분석을 하면서 공부했었는데 꽤 재밌었고 처음 공부한지 1주일도 안된 시점에서 외국 대기업에서 만든 드라이버에서 OOB를 찾아냈다. LPE까지 익스는 못했지만 현재 CVE를 발급받은 취약점이다. 리얼월드에서 뭔갈 해본게 아예 처음이라서 기분이 좋았는데 팀에서는 LPE아니면 의미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같이 좋아해주는 사람이 1명도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9월 중순쯤부터 매일 사무실로 출퇴근을 반복하는 삶에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일단 하고싶은걸 아예 못하는게 가장 컸고 기간이 짧으면 버틸 마음이라도 생길텐데 12월까지 3개월동안 모든게 억제된 삶을 버티는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열심히 해도 성과가 안나오면 안하는걸로 취급하고 성과가 나와도 으쌰으쌰 하는 느낌 없이 더 큰것만을 바라는 팀 분위기도 한몫 했다. 사회가 결과주의이고 노력은 결과가 안나오면 인정받지 못하는 요소라는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거를 당해보니까 머리로는 인정해도 심리적으로 타격이 있는건 어쩔 수 없었다.
10월부터는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중화요리 맛집이랑 소문난 구내식당 말고는 생각나는게 없다. 진짜 뇌 비우고 기계처럼 생활하면서 버티기만 했던것 같다. 그렇게 살다가 11월쯤에 중도포기 각까지 재면서 주변 몇몇 사람들한테 이런저런 하소연을 좀 했는데 결국 1주일 쉬고 다시 프로젝트에 복귀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회복된 정신력 + 마지막 버저비터로 최종발표 1일전까지 취약점을 발굴해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팀 자체가 고인물팟이라 다들 기대치가 높고 내가 힘든건 어쩔 수 없었던것 같다. 프로젝트를 너무 안일한 생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함 + 다들 고인물이라 매우 높은 성과만을 바라봄 + 자유 박탈 이렇게 3가지 요소가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다. 그래도 중도포기 할뻔한거 어찌어찌 잘 마무리 되고 top30까지 와서 지금은 경연단계를 하고 있다.
대회
2023년에도 대회를 많이 뛰었다. 중3때부터 대회를 뛰었지만 이제 와서야 수상권에 확실히 들 수 있게 되었고 올해 국내 팀대회는 사실상 우리팀 기준으로 1, 2등끼리 싸우는 투탑싸움이었다. 물론 대부분 2등했다. ㅋㅋㅋ;; 그렇게 기대하고 있던 Codegate는 대회 종료 10분전까지 2등이었는데 키핑 + 어떤 외국인의 마지막 버저비터로 순식간에 4위까지 밀려나서 멘탈이 크게 나갔었다. 1등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조건 코게 상을 딸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상 못받는 시나리오는 생각조차 안했는데 갑자기 막판에 그렇게 밀려버리니까 한 3일동안은 진짜 멘탈이 나가있었다. 1, 2등이 전부 외국인이라는것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이제 코드게이트 주니어 뛸 수 있는 년도는 2024년밖에 없으니까 올해 무조건 상을 따놔야 좀 만족이 될거같다. 다른 대회들은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다시피 1, 2등 두고 투탑싸움 했고 싹다 밀려서 CCE 2등, WACON 2등, Whitehat Contest 1등으로 마무리했다. 화햇콘은 우리랑 투탑싸움하던 1등팀 멤버 2명? 정도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빠지게 되면서 1등을 할 수 있었다. 순천향대에서 여는 개인전 대회인 YISF에서도 1등을 해서 과기부 장관상 땄고 Whitehat Contest에서도 1등으로 국방부 장관상 따서 장관상이 2개가 생기는 2023년이었다.
그리고 가장 의미있고 기억에 남았던건 올해 처음으로 외국 나가서 A&D방식의 CTF를 뛰는 경험을 해봤다. 바로 캣플코 덕분에 이런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연합을 해서 HITCON 2023본선에 진출했던 것이다.
https://ctftime.org/team/268434
이 팀이 우리 HITCON연합팀인데 전부 한국인들만으로 구성되어있다. 솔직히 예선은 BoB프로젝트때문에 제대로 뛰지도 못해서 기억 잘 안나고 기여도 거의 못했다. 하지만 본선에서만큼은 열심히 pwnable문제를 잡았다. 결국 익스는 못했지만 애초에 한팀도 익스 못한 문제고 그 유명한 MMM보다도 우리 팀이 더 많이 접근했던 문제였다. HITCON본선을 참여하면서 일반적인 대회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A&D(실시간 공방)방식의 대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고 닉네임으로만 알던 고수분들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2023년의 HITCON경험은 앞으로 DEF CON CTF와 같이 세계적으로 큰 대회 본선을 할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리
이 글을 쓰기 전에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1년이 갑자기 지나간 느낌이 들었는데 이것저것 쓰다보니 2023년은 많은 것들을 했고 성과도 가장 많이 나온 한 해였다는게 체감이 된다. 이것저것 많이 한 만큼 시간이 빨리 흐른듯한 체감이 드는게 아닐까 싶다. BoB도 이제 거의 끝나가고 top30경연단계만 남았다. 이것도 2월 중순이면 끝난다. BoB끝나면 클라이밍도 복귀하고 싶고 캣플코에서 CTF도 제대로 뛰고 싶고 짬짬히 하던 PS도 제대로 공부해서 코드포스 레이팅도 올리고싶고 하고싶은게 너무 많고 공부하고싶은것도 너무 많다.
아 그리고 2023년에 한게 아니긴 하지만
드림핵 CTF레이팅 마스터 찍었다. 지금은 2등이지만 내 위에 있던 분들이 배치고사 한판 치면 5등? 정도가 될 것 같다. 시즌 5 시작하자마자 마스터 찍으려고 존버중이었는데 존버 성공했다 ㅋㅋ 시즌 3때 마스터까지 레이팅 23이었나? 아무튼 아주 조금 남겨두고 아쉽게 시즌이 끝났고 시즌 4는 BoB때문에 한판도 못뛰었는데 드디어 시즌 5첫판에 목표 달성했다. GG
드림핵 CTF배치고사는 이전 시즌 레이팅을 매우 크게 반영해서 사실 배치고사던 아니던 차이가 없다. (배치빨 아니라는 얘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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